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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 | 손보경 |
출판사 | 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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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 네 말처럼, 나는 푸른 심장을 지닌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부터 똑똑히 새겨두어라.
이 좁은 가슴 안에는 두 개의 심장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명치끝에 박혀 쉴 새 없이 붉은 피를 짜내는 너로 인해, 차갑게 얼어있던 나의 가슴은 백열화(白熱化) 되었다는 것을…….
타계에서 온 한 여인으로 인해 잔학했던 혈귀가 사람의 감정을 알아간다.
기쁨, 슬픔, 아픔, 미움, 분노, 그리고 욕심과 외로움…….
그리움의 이유가 되는 일곱 가지 마음.
언젠가 이 모든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오면 그땐 혼자만의 고독이 아닌 지독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겠지.
자리에 일어선 그가 막사로 고개를 돌렸다. 검휘의 그림자가 다가오자, 순간 긴장한 서연은 얼른 눈을 감아버렸다. 살짝 열어젖힌 장폭사이로 찬바람 한 가닥이 들어와 서연의 뺨을 쓸었다. 서늘한 바람 냄새와 함께 코앞까지 다가선 그의 한기가 느겨졌다.
너로 인해 마음 하나를 배웠다.
낮게 내리깔린 목소리가 무겁게 들려왔지만 서연은 침묵했다.
외로움…….
너무나 아프게 들리는 그 목소리에 서연은 감고있던 눈을 뜨고 말았다. 검게 빛나는 검휘의 눈동자가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그녀의 모습을 담았다.
그것을 배워 깨달은 것이 있지.
누군가로 인한 외로움은 혼자만의 고독보다 잔인하다는 것을….
혼례(魂禮). 혼인이 아닌 혼의 약속. 약속을 나누는 술잔이 검휘와 서연의 앞에 각각 놓였다. 그렇게 두 사람만의 조촐한 독좌상(獨坐床)이 꾸며졌다. 신랑의 손에 쥐일 낭선도, 신부의 얼굴을 가릴 진주선도, 예식에 필요한 화려한 활옷도 없었지만, 그들의 혼례는 세상 어떤 가약보다 아름다운 혼인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