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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 장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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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살의 노처녀, 은혜는 일년 동안 사귀었던 남자에게 실연 당하고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낯선 남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다음날 아침, 남자는 술에서 깨어난 그녀의 눈앞에 자신이 직접 친필싸인한 결혼서약서를 내미는데….

 

"사랑은 결혼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결혼한 친구들 보니까 그거 없어도 결혼 생활 잘 유지되더라고요. 그거 유효기간이 고작 3개월이래요. 너무 박하지 않아요?"

 

 

"지금도 날 알아보는 사람이 있군요. 난 너무 늙어 버렸어요."
"어머니, 한은혜 씨예요. 뉴스 앵커래요, 이 사람. 얼굴 아세요?"
휠체어를 제대로 세우곤 은혜 곁에 털퍼덕 내려앉으며 그가 말했다.
"오, 그래? 글쎄다. 앵커의 얼굴을 일일이 기억할 만큼 내 머리가 좋지가 못해서... 실은 텔레비전 뉴스를 잘 안 본답니다."
부서질 듯한 미소였다. 은혜는 그녀가 저토록 나이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소녀 같은 미소를 간직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은혜 양, 뉴스앵커라고요?"
송 화백은 은혜를 향했다.
"에? 아, 예.
"일이 힘들지는 않아요?"
송 화백의 말투는 달팽이의 부드러운 산책과도 같았다.
"그럼요. 전 늘 일을 즐기면서 하거든요."
은혜는 그녀의 말투와 그다지 다르지 않기를 내심 바라며 애써 천천히 대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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