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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 박가희
출판사 하얀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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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지도 낮지도 않은 미열…. 그녀를 미치게 하는 은근한 열기가 느껴진다. 저 남자에게 휘둘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한편으로는 휘둘려지고 싶다.

 

“이런, 겁을 먹은 건가?”
나른한 음성에 팔뚝까지 소름이 돋았다.
그의 호흡이 바로 느껴질 정도로 그들은 밀착되어 있는 상태였다.
벗어나려 바동댈 기운도 남아 있지 않았다. 감정과 육체적인 소모로 인해 패닉상태가 된 이후였다.

“후훗.”
악마처럼 비열한 웃음소리에 그녀의 감긴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기대되나?”

아니야!
속에서는 강력하게 외쳤지만 정작 입 밖으로는 단 한 마디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온 몸에 미열이 감지된다. 그가 다가올 때마다 감지되던 미지근한 열기, 뭉근한 욕망의 잔재…….
지고 싶지 않아 주먹을 움켜쥐었지만 그의 입술이 키스를 해온 순간 머릿속은 하얗게 텅 비어버리고 말았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미열……. 그녀를 미치게 하는 은근한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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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사랑했다.”
“사랑한다.”
“…….”
절대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던 마음의 빗장을 열고 말았다.
여전히 그녀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녀를 만난 그 시간부터 지금까지 그의 가슴에는 한 여자가 살아 있었다.
밉다고 밀쳐놓고도 그녀가 갈까봐 문을 잡고 모든 감각을 문 밖에 두었던 그가……, 있었음을 알리고 싶었다.

“나 좀 봐줘. 네가 좀 봐주면 안 돼?”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고 하던가.
그는 이미 약자가 되었다. 그녀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랑을 품었으니까.
그와 비슷한 분량의 사랑을 희구하며 처음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믿음이 없다면 유지될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철저히 깨달았기에 바라고 또 바랐다.

“……아직 확신은 할 수 없어요.”
“하지만……, 계속 얘기해줘요. 믿을 때까지.”
“……그래.”
그건 자신이 있었다. 그저 진실만 말하면 되니까.
재진은 다혜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었다.
이 여자의 마음을 약간이라도 흔들 수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그녀의 전부를 원했고, 그의 전부를 주길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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