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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 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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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앞표지

“당신, 도둑이군요. 감히 취산장의 취화를 훔치다니요!”
그림자는 소녀의 지적에 조용히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사막의 혼령에게 계시를 받고 취산장에 숨어들 때부터 목표로 삼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림자는 소녀의 지적을 받기 전까지 자신의 손에 무엇이 들려져 있는지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하, 그래. 난 도둑이야.”
“하지만 취화는 훔쳐도 소용없어요. 여길 벗어나는 순간 시들어 버릴 테니까요.”
“알아, 하지만 그래도 꼭 한 번 훔쳐 보고 싶었단다. 비록 잠시 잠깐밖에 가질 수 없어도 꼭 한 번 내 손에 쥐어보고 싶었어.”
손에 들린 그림자의 음성에는 깊은 쓸쓸함이 배어 있었다. 소녀의 눈빛이 조용히 흔들렸다. 소녀는 그림자가 제지할 틈도 없이 손을 들어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취화를 어루만졌다.
“그토록 원하는 것이라면 가져가세요. 주인께는 제가 꺾었다 말씀드릴 테니까요.”
뜻밖의 제안에 그림자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그의 웃음에서조차 쓸쓸함이 묻어나고 있다는 것을. 그를 바라보던 소녀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본 그림자는 다시 한 번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소녀의 손이 그의 얼굴을 향해 움직이자 그림자는 본능적으로 밀어냈다. 불안했다. 지금 이렇게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순간순간 넋을 잃는데, 소녀의 손길이 닿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니, 난 잠시나마 가졌던 것으로 됐어. 이 꽃은 너에게 줄게. 받아주겠니?”

2. 뒷표지

“그러니까 그 말은… 할 수 없다 끝없이 되뇔 만큼 내게 끌리고 있다는 뜻이오?”
“저하…….”
“내게 마음이 기울고 있다 그런 뜻이냔 말이오.”
“아니, 아닙니다. 아니에요!”
가연은 다급한 음성으로 외쳤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말에서 진심을 간파한 칼란은 그녀의 부정에 속지 않았다.
“더는 자신을 속이지 마시오!”
칼란은 거짓 하나 없는 진심이 가득한 눈으로 가연을 바라보았다. 지독할 정도로 진심만이 담긴 눈이다. 연정으로 한껏 뜨거워진 눈이 자신을 바라보자 가연은 울고 싶어졌다.
“공녀!”
칼란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천천히 손을 앞으로 뻗었다. 가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손을 내려다보았다. 짙은 유혹이 담긴 손이다. 이 손을 잡으면, 잡고 그의 품에 안기면 이제 두 번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리운 것들을 하나도 보지 못하게 되겠지.
‘헌데 왜 난 이 손을 잡고 싶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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