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여자와의 결혼이 실패로 돌아간 후 홀로 딸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던 제이.

철저히 가정부에게 아이를 내맡긴 채 사업에만 몰두하던 그는 어느 날 문득 딸에게 애정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여 두 번째 결혼을 결심하고 적당한 아냇감을 물색하던 그. 오랜 생각 끝에 이웃집에 살고 있는 싱글 맘 클레어를 떠올린 제이는 그녀의 약점인 경제력을 이용해 손쉽게 정략결혼을 이루어 내려 마음먹는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스러운 미소를 잃지 않는 클레어의 모습에 그는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우리 사이에 환상 같은 건 떨쳐 버리기로 합시다.”

클레어는 결혼으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라는 제이의 발상 자체가 몹시 굴욕적으로 느껴졌다.

“우린 서로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을 줄 수 있는 입장에 있소.”

“하지만 그처럼 현실적인 조건들이 결혼의 사유가 된다는 건 왠지 불안해요.”

그녀의 항의에 즉시 제이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렇다면 결혼의 사유가 어떤 것이 되어야 한다는 거요? 사랑?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그와 함께 육체와 삶을 나누는 것이 당신이 원하는 결혼 생활이오?”

“당신은 마치 사업을 논하듯 결혼 이야기를 하는군요.”

“당신이 원하는 게 바로 그거 아니었소? 그게 아니라면 당신은 단 한 번의 키스로 그 억압적인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는 흑기사를 찾고 있단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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