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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나의 거리.
그 거리를 실감하는 순간…… 태훈의 손을 놓았다.
아파서, 힘들어서, 견딜 수 없어서 놓은 그 손을 그는 너무도 쉽게 생각했다.

“두 번 말하는 것 싫어하는 거 알잖아. 어설픈 반항하지 마.”
“어설픈 반항이라고 생각해도 좋고 투정쯤으로 우습게 알아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나는 끝났어요. 공과 사를 구분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건 항상 당신이었어요.
이 손 놓으시죠. 김태훈 회계사님.”
“나는 끝내겠다고 한 적 없어.”
서늘한 그의 태도가 아프게 낯설었다.

나란 여잔 그렇게 보잘것없는 사람이었나.
그런 일쯤은 당해도 되는 하찮은 사람이었어.
왜 당신은 날 이렇게 만들어 놓고도 당당한 건데.
윤오의 표정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윤오.”
“그만해요.”
더 이상 들을 말도, 할 말도 없어졌다. 방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윤오가 지친 듯 바닥에 있던 가방을 들고 돌아섰다.
그녀의 팔을 붙잡은 그가 손에 힘을 주었다.
“지금 이 집에서 나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너도 잘 알 거야.”
어쩐지 그의 표정에서 불안함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착각일 것이다.
“너무 잘 알고 있어요.”
그의 팔을 뿌리쳤다. 그는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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