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강박 성향을 치료하기 위해 어디든 떠나 맘껏 흐트러지라는 처방을 받고 충동적으로 찾은 코타키나발루. 유안은 거기서 능청스럽게 치근거리는 남자를 만난다. 핸섬하고 매너도 좋아 사기꾼 같기까지 한 남자를. 벽을 세우는 그녀에게 가명까지 제시하는 남자를. “나는 코타, 그쪽은 키나로 합시다.” 코타키나발루의 코타와 키나. 유치한 발상이었다. 하지만 별칭 때문에 꼭 휴양지의 마스코트가 된 기분이었다. 어쩐지 싫지 않았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묘하게 설레기 시작한 것이.
그리고 압생트에 취해 버린 그 밤, 그녀의 결계는 완벽하게 무너졌다. 그건…… 압생트의 농간이었을까, 그 남자의 마법이었을까. 이런 코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