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거라곤 작은 붕어빵 포장마차와 월세로 살고 있는 낡은 옥탑방이 전부인 여자, 최미랑.
위기에 처한 그녀를 구해 주고, 그녀의 옥탑방에 하룻밤 신세지게 된 호텔왕의 아들, 한태서.
한참 어린애인데 하룻밤 재워 준다고 무슨 일이야 있겠어? 하지만 그 하룻밤이 동거로 이어지게 생겼다.
“내가 김밥을 마는 조건으로 동업하자.”
그래, 말만 들어서는 정말 횡재한 기분이다. 하지만 김밥 말아 팔아 봤자 동업하면 반으로 나눠야 하고, 이거 떼고 저거 빼면 얼마나 남을까. 차라리 앓느니 죽지! 더군다나 저는 무슨 이유에선지 집에 안 돌아간다 고집 피워도 그 호텔 오너는 그걸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조만간에 돌아가면 끝나는데 그 상황에 무슨 동업을 한단 말인가.
가만, 곧 돌아갈 거잖아.
미랑의 생각이 이내 180도 뒤집혔다. 그때까지 그가 김밥 마는 걸 계속 어깨너머로라도 보면서 배워뒀다가 그가 가 버리면 그땐 혼자 다 할 수 있는 거다. 칼질이야 연습하면 늘 것이고, 음식솜씨도 계속 연습하면 비슷한 손맛이라도 낼 수 있겠지.
“설마, 이 집에 계속 있겠단 소린 아니겠지?”
“그게 바로 내 두 번째 조건이야.”
“야, 너, 날 언제 봤다고 당연하다는 듯 내 집에 머물겠다는 말을 해? 남들 시선은 둘째 치고, 남자와 여자가 서로 한 지붕 아래서 살다 보면…….”
“설마 너, 나한테 이성을 느끼는 거냐? ……그러고 보니 그렇네. 자고 있는데 덮치질 않나, 괜히 안 하던 요리를 만들어서 사람 고문을 하질 않나.”
이것이, 누가 덮쳤다고! 아픈 사람 밤새 간호해 주고, 그것도 모자라 요리까지 해다 받쳤건만 치한, 아니 치녀 취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