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꼭 한 번은 누구든 자 보고 싶었습니다.”
그게 이 남자여도 상관없지 않을까?
“네?”
“언제든, 어떤 남자든 전 그랬을 겁니다. 그게 원장님이었을 뿐입니다.”
예솔은 차가워진 심장보다 더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제가 선생님에게 뭔가 특별한 감정이 있어서 지난밤에 그랬던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지금까지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감정의 기류를 느꼈던 것은 나 혼자만의 착각이다?”
승후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벌써부터 후회가 밀려왔다. 원망할 대상이 틀렸다는 것을 말을 뱉고 나서야 깨달았다. 아니 애초부터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누구든 꼭 한 번은 자고 싶었는데, 마침 내가 그때 거기에 있었고, 기꺼이 안았다?”
“네.”
영혼 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예솔은 이미 의지를 잃었다.
“굳이 한 번일 필요는 없을 겁니다.”
“네?”
“언제든, 그게 누구든 자 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굳이 한 번일 필요는 없을 겁니다.”
놈의 환영회 날, 홧김에 저지른 일탈.
왜 그 화가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 원장에게 간 것일까?
결과는 해고를 당하든, 사표를 내든 둘 중 하나.
그럼에도 승후와의 첫 경험은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