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궁합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남잔데.
속궁합 말이에요. 그것부터 보죠, 우리.”
매주 금요일 저녁 7시면 반복되는 선 자리.
G.O호텔 사장 고현건은 앞에 앉은 여자에게 짓궂은 말을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그 속궁합을 지금 당장 보셔야겠다, 그런 말씀이신가요?”
그저 무의미한 일회성 만남의 반복이라 여긴 어느 금요일 저녁,
약속 장소에서 그를 기다리던 여자는 현건을 숨 막히게 만들었다.
그녀와 닮은 얼굴, 비슷한 목소리, 똑같은 미소를 짓는 여자의 이름은 윤민영.
상상이 만들어 낸 허구일지도 모른다.
그리움이 격해져 헛것을 만들어 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5년 전 죽은 차유정의 현신과 같은 모습으로
그저 고요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러시죠. 저도 관심이 있어서요. 그 속궁합에.”
‘Alea iacta est.’
주사위는 던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