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17분.”
성한은 느리게 손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더니 잔뜩 가라앉은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그 시간 동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 같습니까.”
“나, 나는…….”
말을 더듬는 인영을 향해 그가 손을 뻗어 왔다.
“그래, 차라리 오지 마라.”
“…….”
“이 방에 당신을 들이는 순간 망할 자식이 되는 거니까 오지 마라.”
쥐어짜듯 읊조리는 성한의 말에 인영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자신처럼 갈등하고 있었을 그의 시간들이
그가 한 마디 한 마디를 뱉어 낼 때마다 마음을 후빈다.
“근데 와 버렸네.”
성한은 쓰게 웃었다.
“난 이제 말로만 듣던 개자식이 돼 버리게 생겼어.”
절정의 순간 인영은 아주 잠시 그 생각을 했다.
우린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오늘 밤 우린 어디까지 가는 것일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멈출 수가 없을 거라는 것.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자신을 기다렸던 남자와
절대 오지 않으리라 수없이 다짐했던 자신이 오는 순간 모든 것은 시작되었다.
불편한 관계의 시작.
후회는 선택을 한 자의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