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찬란하던 날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어머니의 빈자리를 메우는 듯
햇살보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아이가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넌 누구니?”
“저는 남자 김진서입니다.”
또박또박 말하는 아이의 얼굴이 그는 잊혀지지 않았다.
15년이 흐르고 그 아이는 어느덧 자라 그의 수행집사가 되었다.
무심한 듯 지나치던 그의 눈길은 항상 진서에게 머물러 있었다.
스물다섯, 남자 김진서에게 이세혁은 완전히 정신을 빼앗겼다.

비가 몹시도 내리던 날
엄마가 돌아가셨다. 아빠의 빚과 엄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10살 진서는 궁궐 같은 호원당으로 아빠와 함께 들어왔다.
“진서야, 오늘부터 넌 남자야. 절대로 잊으면 안 돼.”
호원당은 여자가 있을 수 없는 곳이기에 남.자.로 살게 되었다.
“오늘부터 수행집사를 맡게 된 김진서입니다.”
침대 위에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일어난 세혁이
몹시도 두근거리는 눈빛으로 진서를 보았다.
진서는 알았다. 아무리 남자 옷을 입고 있어도 속에 있는 여자는
언제나 미치도록 멋진 이 남자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호원그룹의 이세혁 회장에게 수행집사 김진서는 여자이고 싶었다.
그들의 야릇한 숨바꼭질 같은 사랑의 결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