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한 대로 똑같이 희롱하다가 버릴 거야. 당신 그럴 작정이었잖아?”
“기대하지.”
오늘은 그의 결혼식.
그가 오지 않을 줄 알면서도 텅 빈 영화관을 떠날 수 없었던 건,
지금 이 자리를 벗어나면 영영 그를 볼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장광휘, 그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저 자신은 그에게 희롱당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도저히 그를 외면할 수 없었던 건
지독한 ‘중독’ 때문이었다.
오늘은 그의 결혼식.
오직 자신을 버린 그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겠다는 지독한 복수심으로
부나방처럼 앞만 보고 달려왔던 그에게,
양희수, 그녀는 단 하나의 안식처였다.
그래서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보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어차피 그녀의 곁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녀에게 철저히 ‘중독’되어 버린 그는
그녀의 유혹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이별이 예정된 만남,
서로에게 철저히 중독된 두 사람에게 미래는 존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