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원더우먼이다! 여자는 흉가에 들어앉은 귀신들조차 웃게 만들 것처럼 활짝 웃고 다녔다. 책상을 번쩍 들어 옮겨놓고선 소맷자락에 땀을 쓰윽, 머슴처럼 이불 보따리를 휙 짊어졌다. 그러면서도 내내 웃고 있었다. 큰 키에, 탄탄해 보이는 몸집에, 환한 미소까지, 건강미가 철철 넘쳤다. 초록빛 윤기 좔좔 흐르는 오이 같았다. 가운데 툭 부러트리면 달고 시원한 즙이 팍팍 튈 것 같았다. 그 생각에 침이 다 고였다.
우물집의 원더우먼을 7년간 마음에 품은 신활, 이젠 그녀가 궁금해 회사로 쳐들어간다. 어떻게 하면 그녀를 꼬실 수 있을까. 골프 치러 가자, 오빠라고 불러, 세계일주 갈래? 그러나 그의 원더우먼은 다른 곳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