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상처를 잊게 해 줘요.
상처가 나아지는 약이 아니라 감싸주는 밴드 같은 사람이에요.
약은 쓰잖아요.”
날카로운 것만 보면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선단 공포증.
과거의 기억이 그녀를 꽁꽁 옭아맨 순간,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가 되고 말았다.
가장 좋아하는 그림조차 그리지 못한 채,
하루하루 움츠리고 살아가는 그녀에게 어느 날 그가 선뜻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내 직업이 스턴트맨인데 다치는 게 겁 나.
일을 시작하기 전에 당신 얼굴이 떠오르고
당신 때문에 다치지 말자 다짐하면서 촬영에 들어가게 됐어.”
한 번도 누군가를 이렇게 마음에 품어본 적은 없었다.
그 이유가 그녀의 자리였기 때문이었을까?
그녀가 보고 싶고 생각나고 걱정되는 마음에,
한 번도 다치는 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이제는 무사히 촬영이 끝나면 그녀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