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에 그를 사랑해 버렸다.
무작정 다가오는 그에게 속절없이 빠져들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그를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은 시작되었다.
그와의 사랑도, 아픈 시련도.
“차 세워 주세요. 내려 달라구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치밀었다.
다소 막무가내이긴 했지만, 화가 나니 눈물부터 솟구쳤다.
그 막무가내란 것도 따지고 보면 사과의 의미로 대접한 근사한 식사 한 끼,
편하게 집까지 데려다 주겠단 순수한 호의일 뿐인데도 말이다.
“미안해, 가인아. 널 함부로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니야.”
손을 놓기라도 하면 그대로 달아날까 봐 한 손으로 그녀의 팔을 붙잡은 채로
안절부절못하던 그가 거칠게 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러니까 내 말은…….”
“알았으니까 이 손 좀 놔주세요.”
“실은 너랑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랬어.”
가인이 잠시 멀뚱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더니 작게 한숨을 쉬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전 그럴 마음이 없어요.”
몇 번이나 만났다고 잘 알지도 못하는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