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백 개의 방계(傍系)를 거느리고 그 위에 군림하며,
누구의 반대도 허락되지 않는 무소불위의 첸 가문.
그곳의 수장이자 붉은 정원의 주인, 첸.
“왜 이곳으로 왔느냐, 물었던가?”
적갈색 눈동자가 더욱 붉어졌다.
더없이 진지한 얼굴이 후명을 마주하였다.
“나는 네가 언제나 그리웠다.
그것이 내가 여기, 네 앞에 서 있는 이유이다.”
지난밤 꿈속에서 보았던 남자.
모든 것이 꿈인 듯하여 후명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진실로 그를 만난 적이 있을까?
또로롱, 또로롱.
바람결을 따라 맑은 새소리가 울리었다.
짜릿한 소름이 등줄기를 훑었다.
봉인된 기억은 하나씩, 하나씩 이미 그녀를 찾아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