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때문에 절대 용서할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랬기에 이혼은, 내게서 떠나는 것만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넌 평생 내 곁에 남아, 나와 함께 살아. 내 사랑을 받고 내 사랑 안에서만 살아. 다시는 누군가에게 버려지는 그런 기분 따윈 느끼고 싶지 않다. “날, 버린다면.” 잠시 말을 끊은 그는 다시 붉은 입술을 삼켰다. 뒤섞인 타액과 함께 뜨거움이 목 뒤로 미끄러지듯 넘어갔다. “용서 안 할 거다.”
“우리…… 이혼해요.” 그 순간 주변의 모든 공간이 움직임을 멈추었는지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고 고요했다. 그 고요함을 뚫고 어디선가 생기를 잃은 나뭇잎 한 장이 바닥으로 똑, 떨어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한 번 말해봐.” “이혼해요.” 남자는 마치 아무 이야기도 듣지 않은 것처럼 획 하니 돌아서서 가방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평소와 같은 보폭으로 현관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