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식당에서 여느 때와 다름없는 식사를 즐기고 나온 데미안은 휴대전화로 낯모를 사람들로부터 계속 전화가 오자 당황한다. 알고 보니 식당에서 첼시라는 여성과 휴대전화가 바뀐 것. 뒤바뀐 휴대전화를 교환하기 위해 연락을 주고받던 그들은 어느새 서로를 유혹하는 은밀하고도 아찔한 대화를 이어 가는데….

“내 상상에 당신이 끼어들어도 된다고 했던가요?”

“좋아요. 이제 난 침실에 혼자 있지 않아요. 왜냐하면 당신이 같이 있으니까. 마음에 들어요?”
데미안이 속삭였다.

침대가 근처에 있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다리가 풀려서 흐늘거렸으니까. 첼시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가 아름다운 정장을 차려입고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꽂은 채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는 장면이 떠오르자 머릿속이 아찔해졌다.
그녀는 그를 원했다. 그의 매끄럽고 낭랑하고 퇴폐적인 목소리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내가 뭘 입고 있죠?”
이번에는 그녀가 그의 상상 한가운데에 뛰어들었다.

그의 얼굴에 섹시한 미소가 번지는 게 느껴지는 듯했다.
“당신이 말해 봐요.”

그녀의 발가락이 카펫 속에서 구부러졌다.
이건 그냥 전화가 아니야. 그는 목적을 가지고 전화한 것이다.
날 유혹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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