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누군지 알게 되자, 숨조차 쉬지 못했다. 동시에 가슴 끝에서부터 물이 흘러내렸다.
아아.
다시 만났다. 다시. 또다시.
그래서 알게 되었다. 이 여자, 심장을 쿨럭거리게 만들었던 이 여자를 만나고 싶었다는 것을.
규혁 내면에 잠재된 남자와 소유욕을 들끓어 오르게 만드는 지현의 향기…….
이규혁에게 지현은 향기조차 처음인 여자였다.
본문중에서
드디어 만났다.
규혁은 숨을 들이켰다. 그런데도 흘러나오는 희열을 억누를 수 없어 주먹을 말아 쥐었다.
지현.
이름만으로도 숨이 떨렸다.
5년이 지난 후에도 한지현은 여전히 그의 시선을 잡는다. 멀리 있어도 찾을 수 있다. 하늘 아래 있다면 찾을 거라 생각했다.
자동차 문을 열고 거리 위에 섰다. 소도시답게 적막한 작은 건물들 사이에 서 있던 그녀가 그를 발견하고 우뚝 섰다. 그녀도 알고 있는 것이다. 격렬했던 그와의 사랑을 떠올린 것이다. 저렇게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것을 보면 그와의 재회가 그녀를 놀라게 한 것이다.
규혁은 천천히 그녀에게로 걸어갔다.
그토록 찾았던 한지현 앞에 서자 숨이 멈추었다. 아니다. 숨이 멈추는 일 따위로 시간 낭비할 수 없다. 지금은 있는 힘을 다해 이 재회를 만끽해야 한다. 규혁은 숨을 들이켜 그녀의 향기를 흘러들어 오게 했다.
아.
미친 듯이 탐닉했던 시간들.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던 그 사랑의 내음들이 그를 혼미하게 했다.
“어, 어떻게 여길…….”
그녀가 덜덜 떨면서 물었다.
“못 찾을 거라 생각했어?”
규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당장에라도 그녀의 육체를 거머쥐고 싶은 걸 억누르다 보니 이 차가운 겨울 날씨에도 땀이 고였다. 규혁은 손을 뻗었다. 손끝에 닿으려는 찰나 그녀가 뒷걸음쳤다. 그것이 그를 화나게 했다.
아니다. 참아야 한다. 네가 없던 지독했던 5년. 미칠 것 같던 5년이 그녀에게 어색함을 낳게 한 것뿐이다.
“반갑지 않나? 나는 널 한시도 잊어본 적 없어.”
“아니요. 난 반갑지 않아요. 만나고 싶지 않았어요.”
그녀가 뒷걸음치며 도망치려고 했다. 그럴 수 없지. 규혁은 부정하는 그녀의 팔목을 움켜잡았다.
“왜 만나고 싶지 않았지? 나를 피해 도망친 것이 미안해서 그래? 걱정하지 마. 그깟 5년 정도는 날 골탕 먹인 거라 생각하며 잊어버릴 수 있어. 겨우 5년일 뿐이야.”
앞으로 너와 함께 있을 테니 그깟 5년 정도쯤이야. 별거 아닌 일로 치부 할 수 있어.
“날 어떻게 찾았죠?”
그녀가 두려운 얼굴로 물었다.
“난 네 냄새만으로도 찾을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