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미래보다도 과거의 상처가 더 두려웠던 오유진.
살면서 애써 잊어 왔던 상처를 두드려 깨우는 남자를 만났다.
“술 한잔할래?”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자신은 술에 취하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말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술도 할 줄 모르면서.
“내가 술만 먹지 않을 거라면?”
그의 은근한 도발이 나쁘진 않았다.
유진의 시선이 문득 필립의 손가락으로 향했다.
손톱이 단정하고 긴 손가락. 예술가의 섬세한 손처럼 보였다.
그의 손가락으로 애무를 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라는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다.
“생각이 달라졌어.”
그녀의 말에 필립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유진을 바라봤다.
“우리 룸으로 갈래?”
즐겨 봐. 스르르 눈을 감은 채 주문을 걸었다.
부담 없는 원나잇(One Night). 지금 이 순간 서로가 원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