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사소한 일에서 시작되었다.
“누나.”
잠시 귓가를 때리던 빗소리가 멀게 들린다.
그저 제 입술을 덮은 뜨거운 입술만이 이 세상 모든 것이 된 느낌이라 잠시 정신이 아득해졌다.
길거리에서 우산에 숨은 채 이런 키스를 할 수 있는 대범함이 자신 안에 있으리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아니, 그런 대범함은 이미 그녀 안에서 사라진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지금, 대범하게도 낯을 붉히며 혼자 상상해왔던 것을 해치우고 있다.
그것도 네 살이나 연하인 그 애와.
인생의 방향이 정해질 큰 결정에 대단한 계기 따윈 필요치 않았다.
예를 들어, 지금 같은 순간.
아주 사소하고 아주 작은 사랑스러움. 그것이 그냥 전부였다. 무척이나 놀랍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