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서로에게 다른 사람이 생기기 않은 이상, 이 결혼 끝나지 않아.’
‘서로에게 다른 사람이 생기면 이혼을 해 주겠다는 뜻이에요?’
두서없이 꺼낸 말 한마디로 이 사달을 만들었다.
이후로의 시간 동안 수인이 밖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유추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수인은 지금 사냥을 하고 있었다. 궁극적으로 이혼하기 위해서.
순진해 보이는 강아지 같은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느닷없이 암고양이처럼 꼬리를 세우고 달려들기도 했고,
더러는 눈치 없는 미련 곰탱이 같다가도 별안간 그를 홀리는 구미호가 되어 버리는 이 여자를 대체 어쩌면 좋단 말인가.
그녀가 다른 사내들과 희희낙락했을 걸 생각하는 것만으로 욕망이 넘실댔다. 변태도 아니고.
어쨌거나 그렇게 해야 할 정도로 이 결혼생활이 지긋지긋한 것일까? 그렇다면 그냥 놔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무엇 때문이든, 그녀에게 무슨 마음이든 이 여자를 떠나보낼 수 없겠다.
다른 사내의 품에서 이렇게 자지러지는 신음 소리를 흘리게 할 수는 없다.
결코, 그리고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