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돼.”
수영은 잔을 내려놓고 후다닥 세탁실로 향했다.
“내가 할…….”
문을 벌컥 열고 소리치던 말은 입속으로 쏙 들어갔다.
이미 그가 건조까지 된 청바지와 티셔츠 그리고 속옷까지 얌전히 들고 있었다.
젖은 옷을 줄 때는 티셔츠 속에 속옷을 감췄었는데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마음에 들어. 속옷 말이야.”
누가 물어봤어요! 왜 묻지도 않은 말을 하냐고요!
그가 레이스가 곱게 달린 검은색 실크 팬티를 품평이라도 하듯
이리저리 살피며 중얼거렸다.
“너무 작은 거 아닌가?”
수영이 지치고 힘들 때마다 나타나는 이 남자, 강석.
우연인 줄만 알았던 만남……. 정말 우연이었을까.
잡힐 듯 말 듯, 알 듯 말 듯한 그의 마음.
그런 그녀의 수호천사가 원한다. 그만의 퀸이 되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