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사비에르에게 팔려 가는 신세가 된 로미는 물건처럼 자신을 사 가는 그가 증오스럽기만 하다. 그와 잠자리를 함께 하지만 이는 오직 자신이 그의 아이를 낳아 줄 때까지라고 못을 박은 그녀는 사비에르와 함께 생활하며 점점 그에게 빠져들지만, 처음 그를 만났을 때 느꼈던 분노는 여전히 그녀를 가로막는데….

“짐작이라니? 난 아무것도 짐작하고 있지 않아.”

“아니라고요? 당신처럼 현명한 사람이, 게다가 당신처럼 자기 실속을 잘 차리는 사람이 말이에요? 어쨌든 이런 식의 관계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어요. 난 내일이라도 당장 이혼할 수 있다고요”

사비에르의 입술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그렇게 쉽게 당신을 놓아주진 않아. 날 싫어하건 사랑하건 간에 로미, 당신은 내 거야.”
그는 몸을 돌려 문으로 향했다.

“어딜 가는 거죠?”
로미의 목소리가 울렸다.

사비에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꾸했다.
“어디든 가서 자야지. 코냑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실컷 취하고 또 취해 봐.”

“빌어먹을, 난 절대로 당신에게 숙이고 들어가진 않을 거야,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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