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5일, 수도 없이 그에게 안겨 열락의 정원을 넘나들었지만 그건 그야말로 섹스를 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안녕.”
왠지 목이 메었다. 긴 일탈의 끝.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참 묘한 아이였다. 곁에 두고 지켜보고 싶은 마음과 확 꺾어 버리고 싶은 잔인한 욕망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커다란 눈망울이, 남자를 유혹하는 눈빛처럼 보일 때도 있고, 어느 땐 아침 이슬을 머금고 있는 청초한 꽃잎을 떠올리게도 했다. 하지만 일주일 내내 함께 있을 거라면서 이틀을 남겨두고 사라졌다.
“오랜만이군, 레이디?”
반가워할 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마치 끔찍한 유령을 본 듯한 모습은 못마땅했다. 그의 눈에 시퍼런 불길이 일렁였다.
진혁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입술을 쓸고 콧등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래, 이거다. 이 느낌. 고작 22살짜리한테 지독하게 홀렸던 그때의 그 순간이 한꺼번에 온몸으로 몰아쳤다.
“내가 최진혁 씨를 꽤 만족시켰나 보네요.”
“아주 많이.”
놓아주고 싶지 않다. 꽁꽁 묶어서라도 곁에 두고 싶다. 안고 나면 갈증이 해소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자꾸 커지고 있었다.
“난 멈출 생각 없어. 그 끝이 어딘지 모르지만 가볼 생각이다.”
그러니까 시선 돌리지 마. 그 예쁜 눈으로 다른 남자 따위 쳐다보지 말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