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나는 무엇이었을까.
필요에 의해 결혼한 러닝메이트?
그의 나쁜 구설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
그저 살림을 도맡아줄 허울뿐인 와이프?
내가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그를 사랑했으니까.
다만,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을 뿐이었다.
눈길 한 번 받지 못하고 각방을 쓰더라, 옷에 립스틱 자국을 달고 돌아와도.
그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참을 수 있었다.
허나 그가 보란듯이 집안에 내연녀를 끌어들인 순간, 가슴 한 구석에서 무너지는 것이 느껴졌다.
3년간 먹어온 우울증 약을 잊었을 뿐인데 나는 목을 매달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고 그가 해준 것이라고는 이혼서류를 내미는 것이었다.
그렇게 내 세계와 이혼을 했다.
그런데 요즘, 전남편이 내 주변을 맴돈다.
이혼 후 새 삶을 찾아가는 '나'와,
자꾸만 주변을 맴도는 전남편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