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반트의 공주와 정략결혼을 앞둔 왕 자레는 결혼에 대한 모든 기대를 버렸다.

정숙하지 못한 약혼녀가 의무를 뒤로 한 채 멀리 떠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짜고짜 파혼을 청하자니 그로 인한 국가적 손실이 막대한 상황!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의 파혼 발표만을 묵묵히 기다리던 어느 날, 자레의 예상과 달리 약혼녀가 돌아왔다. 그런데 돌아온 그녀는 과거의 그녀와 얼굴만 같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는데….

“굉장히 매력적인 여자가 되었군.”

“언제는 그렇지 않았나요?”

“아니었지. 1년 전, 당신은 나와 함께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 그날 밤 내내 날 피했소.”
자레의 입술이 자조적인 미소를 띠었다.
“당신 아버지는 당신이 부끄러워서 그러는 거라고 말씀하셨지만, 나도 바보는 아니거든.”

“당신은 뭘 알고 있었는데요?”

자레는 가만히 공주를 바라보았다. 그의 가늘어진 눈매가 천천히 그녀의 얼굴을 훑어 내리더니 입술에 머물렀다.

“당신이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채, 의무 때문에 나와 결혼하려 했다는 것.”

이건 공식 만찬회에서 나눌 법한 대화가 아니었다. 문득 한나는 긴장이 밀려왔다.
자레가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당신은 누구지, 공주? 예전과 너무나 다르군. 같은 사람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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