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호텔 식구들의 일자리를 그대로 보장해 달라?
언제부터 네가 밑에 사람을 그렇게 생각했지?
자기밖에 모르던 도도하고 이기적이던 공주님이?”
11년 만에 다시 만난 이현의 수려한 외모는 여전했지만,
자신이 알던 순박하고, 강직한 그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S호텔을 집어삼키려는 사악한 기업사냥꾼, 정이현만이 있을 뿐이다.
“뭐라고 말해도 좋아요. 그래도 이 부탁만은 들어줘요.”
육감적인 몸매, 아름다운 얼굴, 모두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S호텔 오너의 딸, 주란.
11년 전, 자신을 믿지 못한 그녀에게서 내쳐지고 난 후,
그는 오로지 S호텔을 무너뜨리겠다는 야망만으로 힘든 시간을 버텨 냈다.
“그 부탁을 들어주는 조건은?”
“뭘 원하는데요?”
느릿한 조소를 입에 달고 있는 이현이 말했다.
“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잘난 공주님과의 결혼.”
잔인하기까지 한 그를 보며, 란은 새삼 깨달았다.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