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기분 좋게 뺨을 간질이는 날,
가은은 드디어 바라고 바라던 독립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낡디낡은 트렁크가 모든 걸 망쳐 버렸다!
트렁크가 활짝 열리더니
그 안에 들어 있는 옷이며 속옷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3층 계단참 주변에도, 저 아래 2층에도
낯선 남자의 머리 위에도 내 속옷이 얹혀져 있었다.
모던한 슈트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는 남자는
또렷한 이목구비로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죄송해요. 저…… 다치지 않으셨어요?”
가은은 손가락으로 남자의 머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
얼굴이 저절로 붉어지는 게 느껴졌다.
저 얇디얇은 속옷 한 장에 맞아 다쳤을 리 없잖은가!
첫사랑의 추억이 얽혀 있는 트렁크는
과연 그녀를 누구에게 인도할까?